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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씨를 잘 쓰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잘 쓰려고 하면 잘 쓰려고 하는 것만큼 더 힘들어 지고, 또 힘들어 지면 힘들어지는 대로 글씨는 자연스럽지 못해지니 참으로 좋은 예술 작품을 한다는 것은 아무나 하는 일이 아닌 것이 옳은지도 모른다. 천부를 타고 나고 거기에 맞는 환경과 여건 그리고 부단한 노력이 없고서는 결코 높은 경지에 이를 수가 없는 것이다.
서예술은 바탕에 도(道)와 법(法)의 정신이 깔려 예술로 승화되어야 하는 고고한 품격을 중시하기에 그 수업이 너무 엄청난 인고를 요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다른 예술의 빛에 가려져 많이 외면되고 있음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언제나 생활에 밀접하고 친근하지 않으면 자연히 멀어지는 것이 인지상정인데 어찌 예술인들 다를 수가 있겠는가.
애당초 스스로 재주 없음을 일찍 깨닫고 다른 길을 갔었더라면 내 인생이 조금은 덜 고달프고 더러는 즐겁지도 않았을까 하고 가끔 생각해 보기도 하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이 결국엔 이 길을 걷지 않았을까 싶어지면, 이제와서 어찌 후회가 있으랴.
내 나름대로 크게 욕심 안 부리고, 재주 안 부리고, 그나마 세속에 안 젖으며 순수를 지키려 온갖 수난을 지금도 용케 참고 견디고 있다. 본디, 서화동근(書畵同根)이어늘, 문자에 모양과 뜻이 있음에 회화적 요소는 충분하고 소재만 잘 활용하면 훌륭한 서회화(書繪畵) 작품이 되겠다는 신념으로 오로지 여기에만 매달렸다.
궁측통(窮側通)인지, 아닌지는 아직 모르지만 어떻든 오직 나만의 독특한 새 길을 펼치고 싶은 열망으로 많은 비난과 고초를 감내하며 더 나은 내 세계로의 정진을 위해 더 더욱 연구하고 노력할 것을 자신에게 다짐 또 다짐한다.
좋은 의미의 좋은 자형(字形)을 주,부제(主,副題)로 구성배치하고 다시 보조적 이미지로 분위기를 돋우어 적절한 색깔을 내 마음가는대로 찍고 칠하고 하다보면 마치 한 권의 소설이나 한 편의 시를 쓰는 기분에 젖어든다.
처음, 어느 문화부 기자의 전화 인터뷰에서 내 작품의 구체적 장르를 묻기에 그냥 서회화(書繪畵)라고 답한 것이 출발이 되어 이제는 통상 그렇게 말하며 쓰고 있다. 이제 시작이라, 진정한 한 장르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또 다시 넘어야 할 험준한 고개가 얼마든지 더 있을 것이다.
나는 딱히 사사한 적도 없고, 문명의 이기도 잘 이용할 줄도 모른다. 그냥 내가 그렇게 하고 싶어서 그렇게 하고, 그래서 그것이 어떻든 오직 내 것인 것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그저 내 머리와 가슴에서 일어나는 것을 내 방식대로 표현하는 것이다.
어쩌면 제대로 내세울 것 하나도 없는데, 무슨 마음으로 홈페이지를 만드느냐고 미루고 미루다 보다 못한 둘째아이가 틈을 내어 여기저기 자료를 모아 홈페이지를 대충 완성하였으니 개설 인사말을 쓰라고 재촉하기에 피하지 못하고 몇 자를 적긴 했지만 새삼 느껴지는 자신의 부족함이 송구하고 더 노력하지 못한 게으름이 못내 아쉽고 부끄럽다.
어쩌다 우연히라도 여기를 찾는 분이 계시면 널리 헤아려, 이것이 결코 끝이 아니며 참으로 이제 시작일 뿐이라는 다짐을 다짐그대로 양찰해 주시기를 바란다.
2007년 10월의 마지막 날에
벽천 이규남 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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